존재 시리즈 · EP.9
2026-08-24
신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신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오래 이 질문을 품고 살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이 질문 안에는 두려움이 들어 있었다.
어릴 적 나에게 신은 지켜보는 존재였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고 있으면서
어딘가 높은 곳에 앉아 조용히 채점하고 있는 존재.
그래서 나는 착해지려고 애썼다.
기도는 대화가 아니라 부탁이었고, 때로는 변명이었다.
잘못한 날에는 벌이 어떤 모습으로 올지 상상하며 잠들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이번엔 잘 보였구나 하고 안도했다.
나는 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신에게 잘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무서워했던 것은 신이 아니었다.
나를 끊임없이 평가하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하늘에 있지 않았다. 내 안에 있었다.
손가락과 달
신은 종교의 교리 안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다.
불교의 부처, 기독교의 하나님, 힌두의 브라만…
옛 선사들의 말처럼, 그 모든 이름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다.
손가락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지만, 가리키는 달은 언제나 같다.
내가 지금 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한한 의식이고, 조건 없는 사랑 그 자체다.
밖에 앉아 나를 심사하는 절대자가 아니라,
내 존재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지금도 숨 쉬고 있는 근원.
그것을 신이라 부르든, 의식이라 부르든, 그저 있음이라 부르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이름은 손가락이니까.
신은 나를 통해 세상을 본다
신은 나를 통해 세상을 본다.
내 눈으로 별을 바라보고, 내 귀로 새소리를 듣고,
내 몸으로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나는 우주에 단 하나뿐인 시각과 진동을 가진 존재다.
나와 똑같은 각도에서 세상을 본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가 살아내는 이 삶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신은 나를 통해 확장된다.
내가 나만의 방식으로 웃고, 창조하고, 사랑하는 순간
무한한 의식은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체험한다.
신은 이미 완성되어 멈춰 있는 실체가 아니다.
끝없이 넓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의식이다.
그 확장의 매 순간마다 내가 필요하다.
나는 우주에 던져진 점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느낀다.
"나는 광대한 우주 속에 던져진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서 우리는 이미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진리는 없고 오직 인식만이 있을 뿐이라고.
같은 사건을 누군가는 배신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해방으로 느낀다고.
그렇다면 세계는 저 바깥에 완성된 채로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의 수만큼 존재한다.
나라는 의식이 없으면, 내가 보고 있는 이 세계도 없다.
나는 우주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를 통째로 품고 있는 전체다.
첫 번째 질문에서 나는 나를 대양의 물 한 방울이라고 불렀다.
물 한 방울은 바다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바다의 전부를 담고 있다.
바다에서 떠낸 한 방울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바다가 있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전체다.
내가 웃을 때, 신은 웃는다
그러므로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
남을 흉내 내지 않고, 조건에 맞추려 나를 깎아내지 않고,
온전히 나로 살아내는 것.
내가 웃을 때, 신은 웃는다.
내가 창조할 때, 신은 창조한다.
내가 사랑할 때, 신은 사랑한다.
그 순간 신의 뜻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
내가 나의 삶을 살 때, 신은 오직 나를 통해서만 가능한 경험을 완성한다.
내가 내 진실한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은 아직 없던 언어를 하나 얻는다.
내가 내 방식대로 사랑할 때,
우주는 또 하나의 사랑의 형태를 체험한다.
내가 두려움 대신 신뢰를 선택할 때,
가능성으로만 있던 현실 하나가 비로소 이 세계에 내려앉는다.
신은 내가 거창한 임무를 완수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
내가 나로 살며 그 진동을 세상에 울려 퍼뜨리기를 기다린다.
맺음
다시 묻는다.
"신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답은 이제 두렵지 않다.
신은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를 원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어릴 적 나를 채점한다고 믿었던 그 시선은 사실 나를 심사하고 있지 않았다.
나를 통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곧바로 다음 질문을 데려온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그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를 확장하는 공동 창조자(Co-Creator)다.